루트에너지, [인터뷰] '재생에너지에 좌우가 웬 말?' RE100 달성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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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태양광공사 작성일자 2022-12-16 조회 2195 |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인터뷰 기획 2. 재생에너지에 좌우가 웬 말? RE100 달성하려면... RE100.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약속.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uop)으로부터 시작된 이 국제 캠페인에는 현재 애플, 구글, GM, BMW, 이케아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뿐 아니라 다수 우리나라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기후 연구 단체 뉴클라이밋 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 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를 평가한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60위, 꼴찌를 차지했다. 기업들의 RE100 참여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루트에너지는 RE100 솔루션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나 건물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컨설팅 단계부터 재생에너지 조달, 사후 관리까지 지원한다.
Q. RE100. 공감은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굳이?'라는 생각도 들 것 같고요.
"예를 들어 노트북 하나 만들 때도 플라스틱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몇 만 대를 만들면 몇 톤이 나온다를 계산할 수 있거든요. 대충 계산해보면 1톤 당 약 4만 원 정도 세금이 붙게 돼요.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관세가 약 2.7% 더 부과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철강/철제, 가공, 석유화학, 시멘트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수출을 하는 업체들이라면 앞으로 유럽이나 미국 등에 수출할 때 탄소국경세를 내게 돼 있어요.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소, 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이 탄소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와 같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RE100이 필요해요. RE100을 하게 되면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그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어요."
최근 애플은 RE100을 넘어 글로벌 협력사들에게까지 탈탄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와 같은 선언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지 않은 제품은 납품이 어려워질 수 있다.
Q.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직접 내 공간에 발전기를 설치해서 쓸 수도 있고, 멀리 건설되는 발전소에 투자를 할 수도 있죠.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가 있어요.
REC 구매는 쉽게 말해 은행 송금과 비슷해요. 은행을 통해 송금을 하면 현금이 직접 오가는 게 아니라 전산 처리가 되잖아요. 전기도 마찬가지예요. 가령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으로 보내면, 한전은 REC라고 하는 형태로 해당되는 전기량에 태깅을 해요. 전국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다 한전이라는 큰 우물로 들어가고, 들어오는 전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진 전기인지 다 구획이 되어 있으니,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쓰겠다고 하면 전산 처리를 하고 REC를 주는 거죠. 최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응원전에서도 이 방법으로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 전기로 바꿨어요."
Q. 그린 프리미엄에 대한 얘기도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쉽게 말해 전기 요금에 추가 요금을 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준다는 제도인데요. REC나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 구매 계약), 지분 투자 같은 방식들은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생긴다는 뜻이거든요. 그만큼 온실가스가 줄어들고요. 그린 프리미엄은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가 하나도 없어요. 몇몇 기업이 그린 프리미엄을 해놓고 RE100을 했다고 떡하니 홍보하는 경우가 있어요. 애플이나 BMW 같은 글로벌 회사들은 그린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환경적인 효과는 전혀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포장해 이윤만 추구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거죠."
Q. 재생에너지 전환에 전문적인 컨설팅과 솔루션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루트에너지는 기업이나 건축물이 재생에너지를 거래하는 과정을 중개하고 있어요. 거래 과정에는 단순히 중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전력 시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해요. 앞으로 전기, 재생에너지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물량을 확보할 것인지 등을 분석해 각각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조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해요. 이걸 주먹구구식으로 하려고 하면 절대 올바른 가격에 제대로 된 계약을 할 수가 없어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죠.
또 아직까지 네트워크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실제로 전기 물량을 찾아 조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요. 발전소를 운영하시는 분들과 기업에 계시는 분들은 꼭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아요. 분명 같은 한국어인데 언어가 다른 것 같죠. 중간에 해석자가 필요하고, 입장에 간극이 있어 양쪽의 요구 사항을 조정할 수 있는 중간자가 필요해요.
게다가 한 번 거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발전소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아요. 재생에너지는 시장과 제도의 변화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변화를 계속 인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정권이나 정책이 바뀌면, 틀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하는 경우도 있어요."
Q. RE100 솔루션으로 많은 기업들을 만나고 계시잖아요.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요?
"현재는 RE100을 하려고 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탄소중립 목표 연도가 가까워 오면 재생에너지 물량이 많이 부족할 거예요. 물량 부족 시기가 더 빨라져서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지금은 거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돼 있어요.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지금부터 제대로 해서, 좋은 정책들이 나와야 해요. 지금은 발전량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정도만 하고 있지, 실질적인 계획은 없어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1.6%로 설정했다. 전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의 발전량 비중'과 비교하면 30.2%에서 8.6%가 낮아졌다. 다만 전력수급계획의 목표연도인 2036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0.2%에서 33.0%로 2.8% 증가했다.
"저는 목표치가 마냥 터무니없이 축소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21.6%도 사실 우리나라로서는 달성하기 굉장히 어려운 높은 목표예요. 지금 신재생에너지가 7.5%, 그 중 태양광, 풍력같은 순수 재생에너지는 4.6% 정도밖에 안 돼요. 목표치인 21.6% 중 순수 재생에너지가 약 18% 정도 된다고 보면, 8년 안에 4.6%에서 18%로, 세 배 이상 늘려야 해요. 절대 쉽지 않아요. 이조차도 달성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다만 향후 기업들이 RE100을 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치를 더 높여야 하는 건 확실해요."
윤 대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에 대해 진보 진영은 무조건 찬성하고, 보수 진영은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산은 글로벌 트렌드예요. 더 이상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있어선 안 돼요. 지금은 여야 상관 없이 재생에너지를 적극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고, 현재 여당에서도 그걸 깨닫고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현 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정책 추진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목표 수치가 줄긴 했지만 퇴보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바뀌었고, 나름대로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많이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금씩 괜찮아질 거라고 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망하고 생겨나는 일이 반복돼 생태계가 조성될 수 없어요. 덴마크는 3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에너지 정책은 한결 같아요. 에너지 시민성(인터뷰Ⅰ 기사 참고)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나면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에너지에 접근하지 못해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 항구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시장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산업이 살아나요."
윤 대표는 또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큰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풍력 발전소 단지 하나만 들어와도 일자리가 수천 개 생겨요.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젊은 사람부터 노인, 장애인까지 다 할 일이 있어요.
어떤 직무는 교육이 필요해요. 어떤 비용으로 어떻게 교육할 것이냐. 결국 민간 기업이 다 할 수는 없거든요. 정부가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줘야 해요.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석탄, LNG, 원자력 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 재생에너지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요. 국가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 업종 근무자를 재교육해 그린잡으로 옮기는 프로그램을 잘하고 있거든요. 재생에너지 때문에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잃는 피해는 일자리 전환, 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요."
출처 https://www.hellot.net/news/article.html?no=7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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