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농촌주민과 발전사업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이격거리 상한을 새로 내놨다. 하지만 도로로부터 이격거리 규제는 완화됐고 5가구 미만 거주지가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도 여전해 농촌에선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실정에 맞게 조례로 규정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거리에 상한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이격거리 상한은 최초 입법예고 때와 달라졌다. 당초 입법예고안은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5가구 이상 주택으로부터 200m, 도로로부터는 100m 이내에서 지자체가 이격거리를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풍력은 5가구 이상 주택과 도로로부터 1000m를 이격거리 상한으로 정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태양광은 주택 이격거리는 최초의 안과 동일하게 두되 도로로부터 이격거리 상한은 없앴다. 풍력은 주택 이격거리 상한은 1500m로 높이는 대신 도로로부터 이격거리 상한은 500m로 낮췄다.
기후부 관계자는 “최초 입법예고 때 제기된 농촌주민과 개발사업자 등의 의견을 두루 반영했다”면서 “특히 농촌주민 사이에선 풍력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농촌 의견을 찔끔 반영했을 뿐 여전히 개발사업자 입장에 치우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 모두 도로 이격거리 규제가 완화돼서다. 손용권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전남연대회의)’ 대표는 “주거지만 농촌 생활공간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도로 이격거리가 완화되면 밀집 거주지를 제외하곤 사실상 소규모 태양광 발전설비가 우후죽순 들어서 농촌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풍력 발전설비의 주택 이격거리를 강화한 것도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다.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은 “10㎿(메가와트) 풍력발전은 약 10만㎡(3만평) 규모인데, 거기서 발생하는 빛 반사와 소음 등을 차단하는 데 1500m 거리로 충분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설비 용량별로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면서 “각 지자체가 조례로 규율하되 주민 총의가 모인 주민주도형 사업 등은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이격거리 기준을 ‘5가구 이상 주택’에 적용하도록 한 규정도 독소조항으로 남아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주택이 산재한 농촌의 현실을 무시하고 ‘5가구 기준’을 둔 것은 차별이자 인권 침해”라면서 “가구수에 따라 차별하는 기준을 폐지하고 모든 민가에 2000m 이상 안전 이격거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3일까지로, 이때까지 농민단체와 지역별 대응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남연대회의는 29일 진보당 전남광주시의원들과 전남광주시의회 광주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 조례 보장 ▲5가구 기준 폐지 ▲사유농지 보호 기준 마련 ▲주민 참여와 의견수렴 강화 등을 요구했다. 전농 등은 다음달 11일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피해자 증언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